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뒤척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다시금 숨을 죽였다. 아. 다행히 깨지는 않았다. 다시금 춥지 않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. 피어나는 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. 생생하다 하기도 힘들 것이다. 다시 만난 초반의 너는, 그렇게 위태로웠다, 라고 느꼈다. 네 기분이 상할까 싶어 이제는 입 밖으로 내지 않게 된 말. 그러나 여전히, 내 탓.

 

그럼에도 그 모습은 네가 생생할 때처럼 선명하다.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보라색이 선연한 머리카락을 한 줌 들어 입맞추었다.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, 빠져나가는 머리칼이 부드럽다. 조금 더 손을 뻗어, 쓰다듬고, 토닥이고, 끌어안고 싶어도. 혹시라도 좋은 꿈을 꾸는데 방해할까 싶어 다시금 손을 거두기를 몇 번. 이제는 톡 건드리면 사라질까, 아니면 깨어질까 불안해하지는 않는다. 그럼에도 네가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시간을 혹여나 빼앗고 싶지 않아서. 그저 머리칼을 한 번 쓸어보았을 뿐인데도, 그 색이 옮겨와 제게로 물든다. 선명한 보라색은 울고 싶을 만큼 퍽 예쁘다.

 

제 손에 쥐어진 꽃봉오리처럼, 그리 일찍 끝이 났을 이야기였더랬다. 저는 진즉에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, 이러이러 했었다- 라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. 그런 제 손을 잡아, 단어를, 문장을 잇고, 속지를 분에 넘칠 정도로 추가해준 것이 벌써 몇 번. 내가 널 만난 건 지금까지의 시간 중 가장 큰 행운이, 어쩌면 구원이 아니었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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