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늘따라 새벽볕이 무척 밝기 때문일 거야.
간밤에 비가 왔었는지. 반쯤 젖은 땅에 내려앉은 햇볕이 반짝인다. 비가 온 뒤 개인 하늘은, 맑다는, 그 말 말고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. 새벽녘, 새삼스럽게도 조금 감성에 젖어, 오늘도 네 웃음이 참 맑구나. 그리 생각했다.
매일같이, 하루도 빠짐없이 네게 건네는 말인데도. 평소와 다르게 이어진 침묵에 네가 고개를 갸웃할 즈음, 의아한 표정을 감싸 안고, 이마에, 눈에, 코에, 그리고 입에.
지금 이토록 떨리는 것은, 꼭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것은, 지금 내가 10년 전 그 날과 같은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지. 10년 전, 마법이 풀리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 때처럼. 네게 내 시간을 전부 바치겠다고. 그럴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. 나는 아직도 그때의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?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. 이전 그 날과 같이, 목이 메여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. 예전에는 허락해줄 수 있냐고 물었었지, 새삼스레 옛날이야기를 꺼내며 숨을 삼킨다. 다시금 짧은 침묵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