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추워.”
초가을이라기에 날씨는 지나치게 추웠다. 새벽공기가 제 얼굴을 스친다. 잠결. 이불 사이로 스멀스멀 밀려오는 한기에 몸을 일으켰다. 창문을 다 닫지 않았던가. 바람의 근원지를 찾으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.
그러다 자연스레, 의도하지 않았는데도,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. 그것은 제 본능이었고,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반사작용이기도 했고, 또 매일같이 반복해 몸에 배어버린 습관이기도 했다. 찬바람에 얼핏 창백해진 듯, 그러나 깊게 잠들어 있는 모습은 꼭 꽃 같다. 버릇처럼 손을 뻗었다가, 제 손이 평소보다 차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손을 거둔다. 색색, 작게 들리는 숨소리가 유독 크다.
소리를 죽여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. 이전 같았으면 깨지 않게 제 능력을 썼겠지만, 이제는 불가능한 일. 다시 최대한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게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.
침대 옆 서랍에 둔 꽃병에 눈이 간다. 퇴근길, 차창 너머를 바라보다 항상 지나던 꽃집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금잔화. 제 눈 색과 꼭 닮았다며 꽃다발로 한 아름 받은 선물. 괜히 손을 뻗어 꽃잎이 다치지 않게 톡, 건드려보았다. 정말 닮았네. 사람은 저와 닮은 것에 정을 준다고, 저와, 그리고 제 어머니와 꼭 닮은 그 색이 퍽 마음에 들었다. 사실 그와 상관없이, 네가 준 꽃이기에 이리 마음에 드는지도 몰랐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