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. 너무 세게 건든 걸까. 실수로 채 꽃을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 하나가 떨어진다. 바람에 날려 원래부터 떨어져 있던 건지, 아니면 제 손길에 줄기를 붙잡을 힘을 잃은 것인지.
금잔화의 꽃말은 비탄이래.
문득 그 말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. 흐트러져 흙 속에 떨어진 꽃잎을 보며, 연상 게임을 하듯 자연스레. 어쩌면 저는 저 꽃과 자신을, 제 어머니를 동일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. 얼핏 꽃봉오리를 피웠다가, 그 결실을 채 맺기도 전에 흙으로 떨어지는.
떨어진 꽃봉오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. 꽃말이라 들었던 단어는 그 때도, 지금도 선연한 주황을 띄며 제게 다가온다. 그 주황은 이윽고 회색이 되어 흩어지겠지.
꽃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.